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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정국에서 암살당한 세 명의 정치인이 있습니다. 우파의 송진우(1890~1945), 좌파의 여운형(1886~1947), 그리고 우파의 장덕수(1894~1947)입니다. 송진우와 여운형은 일제 말 총독부가 패망 이후의 상황 정리를 위해 접촉했던 좌·우의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장덕수에 대해서는 관심도 연구도 미진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대표적 정치사학자인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는 최근 새 저서 ‘장덕수 연구’(백산서당)를 통해 공백 비슷하게 남아 있던 현대사의 중요한 부분을 복원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지금 초대 대통령 이승만에 대해 ‘지금 와서 생각해 보 퇴직금 식대 니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뿌리를 내린 아주 고마운 인물이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도입에 큰 역할을 했던 그 ‘초창기 이승만의 브레인’이 바로 장덕수였다는 것입니다.
심 교수는 이 책에서 중요한 논문 하나를 재평가합니다. 장덕수가 31세 때인 1925년 썼던 미국 컬럼비아대 석사학 1% 대출 위 논문 ‘마르크스 국가관에 대한 비판적 고찰(A Critical Examination of Marxian Conception of the State)’입니다. 꼭 100년이 흐른 지금 읽어도 탁월한 글이라는 것인데.
한때 마르크시즘에 심취했던 장덕수는 논문에서 이렇게 의문을 제기합니다. 1917년 러시아가 혁명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를 수 jb우리캐피탈 립한 뒤 사유재산제를 폐지하고 모든 사적(私的) 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는데, 1921년 레닌은 왜 이를 무효로 하는 신경제정책(네프)을 채택했단 말인가? 사유재산 폐지를 목표로 한 혁명이 이후 다시 사유재산을 도입했다는 데 큰 모순이 있다는 것입니다.
마르크스 이론에 의하면 경제적 기초(하부구조)의 변화에 따라 정치와 문화 등의 상부 서민전세자금대출 구조도 바뀌게 되며, 인간의 의식은 물질적 생활의 모순, 즉 생산력과 생산관계 사이의 갈등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장덕수는 이렇게 논박합니다.
“국가가 사회적 진화의 산물인 것은 맞지만, 국가는 객관적인 조건을 위한 물질적 기초를 가진 것과 같이 주관적인 조건으로 도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렇게도 기업구매전용카드 말합니다. “인간에게는 단순히 유기적이거나 물리적인 메커니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의식, 도덕적 목적, 숭고한 이상, 명확한 비전, 지적인 사고 등, 의식 분야에서 발전해 온 심리적인 측면이 있다.”
국가가 결국 소멸될 것이라는 엥겔스의 주장에 대해선 이렇게 논박합니다. “국가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으며,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의 자연스러운 성장물이며 사회적 시너지가 국가를 창조했다.” “인간 마음대로 국가를 산산조각내거나 인위적으로 다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더군다나 사회적 과정 자체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계급이 사라지면 국가도 사라진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렇게 반박합니다. “국가는 계급 투쟁의 산물이 아니며, 인간이 사회를 구성해서 사회 생활을 하는 한, 국가는 인간과 함께 할 것이기 때문에 소멸하지 않는다.” 미래엔 계급이 사라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거미에게 거미줄이 정상적이고 필수적인 것처럼 사회생활에는 계급이 정상적이고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사람이 살아있는 한, 사람의 사회생활이 계속 복합적인 한, 국가와 함께 나아갈 것이며, 나아가 미래에도 계급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어떤 형태로든 계속 존속할 것”이라고 장덕수는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계급 간 갈등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세상에는 계급 갈등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제적 요인에 의한 갈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종교·군사 등 다방면에 걸쳐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죠. 사회 관계에 투쟁적인 요소도 상존하지만, 갈등을 최소화하고 호혜성을 최대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는 서로 싸우는 계급들을 화해시키고, 어떤 계급은 억누르고 어떤 계급은 옹호하면서 사회 정의의 평형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마르크스의 ‘프롤레타리아 독재론’에 대해선 이렇게 논박했습니다.
“현실 사회에서는 명확한 계급 구분이 없으며, 계급 간의 견해도 명확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노동 계급의 목적도 각양각색이며, 노동 계급 내에도 ‘숙련공이라는 귀족적 경향’이 있는가 하면, 자본가 진영 내에도 ‘과격분자들’이 있다. 계급 구분과 계급 간의 계급 감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감, 즉 종교적·문화적·민족적·인종적이고 인간적인 연대가 존재한다. 사회 생활에는 계급 투쟁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협력하고 협동하고 상호 부조하는 선의(善意) 등도 존재한다.”
나아가 이런 말까지 합니다.
“부(富)의 집중과 중산층의 프롤레타리아화는 허구다. 중산층의 소득은 늘고 있다. 프롤레타리아의 빈곤이 점증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계급 투쟁은 늘어나기는커녕 감소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1990년대 초 대학가에서 이 정도 수준의 논리로 마르크시즘을 논박한 사람도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부구조 상부구조 계급투쟁 프롤레타리아독재 따위의 금과옥조처럼 추앙되던 용어를 들으면 그저 귀를 닫고 지나쳐 갔거나 속으로는 꽤나 그럴듯하다고 여기며 입을 닫지 않았던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마르크시즘을 논박했던 장덕수는 교육과 여성 운동, 언론을 통한 민족 의식 고취에 힘쓰다 일제 말 굴절을 겪기도 했습니다만, 해방 후 ‘선거가 가능한 지역인 남한에서 먼저 선거를 실시해 정부를 수립한 뒤 통일을 추진한다’는 현실주의적인 노선을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대부분은 그 점에서 그의 덕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유석재의 돌발史전’은
역사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입니다. 뉴스의 홍수 속에서 한 줄기 역사의 단면이 드러나는 지점을 잡아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매주 금요일 새벽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